1888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, 반 고흐는 아를 시내에 있는 카페의 밤 풍경을 그린다. 〈밤 카페〉는 라마르틴 광장에있었던 역전 카페를 그린 것인데, 이 카페는 아쉽게도 지금남아 있지 않다. 반면에 시내 한가운데의 포룸 광장에 가면 노란색으로 칠해진 반 고흐 카페가 단번에 시선을 잡아끈다. 〈밤의 카페테라스〉의 소재인 이 카페(그 당시에는 ‘테라스’라고 불렸으나 지금은 ‘반 고흐 카페’라고 불린다)는 아직 남아 있어서 아를을 찾는 관광객들의 명소가 되었다. 반 고흐는 이 작품에 대해 동생 빌헬미나에게이렇게 얘기한다. “테라스에서는 꼭 인형처럼 생긴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어. 커다란 노란색 등이 테라스와 카페 정면, 인도를 환하게 밝혀주고, 심지어는 장밋빛과 보랏빛 색조를 띤 거리의 포도 위에까지 빛을 비추지. 별이 총총한 하늘 아래 사라져 가는 길거리 양편에 서 있는집들의 박공은 짙은 푸른색이나 보라색을 띠고 있어.나무는 초록색이고…. 자, 이렇게 해서 아름다운 푸른색과 보라색, 초록색뿐 검은색은 없는 그림이 탄생했단다. 그리고 이 주변 풍경 속에서 환히 밝혀진 광장은 연한 유황색과 초록색이 섞인 노란색으로 물들었어. 현장에서 직접 밤 풍경을 그린다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야.” 이 작품은 원색인 파랑과 노랑을 사용해서 한층 더 선명해 보인다. 게다가 하늘에 별이 총총한이 작품은 1년 뒤 생레미드프로방스(Saint-Rémy-de-Provence)에서 그릴 반 고흐의 또 다른 걸작 〈별이 빛나는 밤〉을 예고한다. 프로방스 여행이재형